이 시간 많은 분들께서는 고향에서 혹은 일가친척들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고 계시지요?
비록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못할지언정 마음만은 저 하늘에 높히 떠서 세상 만물에 너그러움을 전해주는 한가위 보름달만큼이나 풍요롭고 넉넉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여름의 그 뜨겁던 태양이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이 풍요로움도 없었겠지요?
마치 세상을 녹일 것만 같던 한 여름의 그 뜨겁던 태양도 이제는 그림자 길게 드리우며 숙연해진 모습으로 우리들 곁에 한층 정겹게 다가옵니다. 내 비록 가진 것은 없어도 하늘의 이치를 함께 느끼고 호흡하는 것만 해도 여간 복되고 복된 것이 아닙니다.

명절 때나 무슨 절기가 되면 이러저러 선물들이 오가기도 하고 그게 이상하게 흘러가면 사회의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요, 저는 이번 추석을 맞아 아주 뜻깊고 고귀한 선물을 받았기에 그 사연을 함께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제가 근무하는 직장에는 희망근로자 8분이 함께 일하시는데요, 남성분들이 50대 60대 70대 두분 이렇게 하여 4분, 여성분이 30대 50대 3분, 남녀 모두 여덟분이 주 5일제 근무를 하시는데요, 시내와도 거리가 좀 떨어진 곳이라 출퇴근도 용이치 않고 새로 시작한 시설물이라 할 일도 태산이고 거기에다가 각종 대회 치루느라 여간 힘들고 성가신 곳이 아니랍니다. 하루 여덟 시간 일하는 희망근로자들 분들께서 기피하는 곳 1위라고 합니다. 다른 곳에서 일하시는 희망근로자들분과는 비교하기 조차 힘들고 아주 벅찬 곳으로 소문이 나 있는 곳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저렇게 그 여덟분께서 9월 한달을 무사히 마치고 지난 9월 30일 저희 사무실에서 약간의 선물과 다과를 준비하여 그동안의 감사와 위로를 하여 드렸습니다.
비록 세월은 흘러 주름이 생기고 사회에선 알아주지 않지만, 그래도 여기만 오면 힘이 생기고 예전의 젊음을 되찾은 것만 같아서 힘든 줄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70대 노인분들에게는 좀 벅찬일 일 것 같아서 제가 좀 도와드리겠다고 하면 무척이나 화를 내십니다. 팔씨름 한 번 해보자고 달려드는 분도 계시구요, 나 아직 이런 정도는 거뜬하니 염려 말라며 오히려 저를 무척이나 당황스럽게 만드십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분들 팔목이나 허벅지를 보면 운동으로 단련 된 제가 봐도 선뜻 겨루자며 달려들기가 좀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

하여간 온갖 잡일과 힘든 일은 다 하신 분들인데 잘해드리지 못해 항상 빚진자 심정으로 있었는데, 추석연휴 시작되기 하루전인 10월 1일 오전에 출근을 하시자마자 저 여덟분들이 모여 무슨 얘기를 나누더니만, 아주 잠깐 다녀올때가 있으니 그리 알라는 거여요. 아닌 밤중에 웬 홍두께입니까? 일하려 나가야 할 시간인데 10여분만 시간을 내야겠다며 허락도 없이 마구잡이로 일방적 통보를 하고는 세 분이서 사라져 버리는 것예요.

그때 부터 시간을 재봤더니만, 딱 10여분만에 노인 세분께서 나타나시는거예요. 그러면서 그 억센 팔로 나를 잡아 끌며 남들이 보면 안되니 사무실로 들어가자는 거지요.
이렇게 난감하고 황당할 수가 있겠어요?

마지못해 이끌려 들어갔는데, 세 노인분들께서 거의 협박 반으로 무조건 받으라는 거예요, 해서 보니 시꺼먼 비닐 봉투안에 들은 것이 신문지로 둘둘 말은 담배 같았어요.

'우리가 그 동안 너무 고마웠어, 비록 힘들게 일을 시키는 당신들이 때로는 밉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젊을을 되찾은 기분이야, 그러니 군말 말고 이거 받어, 우리 성의야, 일은 힘들게 시켜도 우리 늙은이들을 이렇게 인격적으로 예우해 주며 대해준 것은 당신들이 처음이야, 정말 고마워....하나는 팀장님 드리고 세개는 사무실 직원들이 나눠 가져'

'아니, 이러시면 않됩니다. 저희들이 여르신들을 대접해 드려야 하는데, 이건 아닙니다.'
'시끄러워, 늙은이들 성의를 무시하는 거야?'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럼 됐어, 우리 마음도 생각을 좀 해줘 젊은이,...'

제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맺히고,....

부모님 같은 분들이 강제로 건네주시는 선물을 받아들었습니다.
희망근로 하시는 분들 하루 일당이 3만 2천원인가 그렇다고 합니다.
자기 건강 챙기시기에도 벅찬 분들이 그 무더운 햇볕 아래서 온갖 잡일과 힘든 일을 하며 모으신 그 귀한 돈을,...

세상은 이토록 찬란하고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아마도 첫사랑의 여인이 건네준 선물 다음으로 가장 값진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벅차 오르는 감격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저는 세상에 또 한번 커다란 빚진자가 되었습니다.
이세상 끝나기 전에 세상에 진 그 빚을 다 갚고 가야겠지요.

그들이 돌아간 뒤 우리 사무실 직원 세명은 모두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 순간만큼은 침묵이 금이었을 겁니다.
투박스럽게 둘둘말은 신문지 안에는 에세라는 담배 한 보루씩이 들어 있었습니다.

저도 끽연가이긴 하지만 도저히 그 담배만큼은 피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럴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너무 삭막하며 무미건조하며 배은망덕하게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많이 해봤습니다.

저는 이번 추석에 이 세상 그 어떤 선물보다도 귀한 아주 귀한 선물을 받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게시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