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헌법재판소는 미디어법과 관련 "표결 과정은 위법했지만, 법안의 효력은 유효하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여야는 이견을 보이며 관련 법안 발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선두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최근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 등이 각각 법안을 제출했고, 내주 중 민주당 전병헌과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도 관련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여당에 이어 야당 측 안이 제시되면 미디어렙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종합 검토를 마친 뒤, 이달말께 최종적인 정부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보여 12월 국회에서는 미디어렙 도입안을 놓고 여야가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미디어렙을 둘러싼 공방을 살펴보면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이 1공영 1민영에 공감하고 있다.

민영 미디어렙은 방송광고 요금이 자율화되고 방송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하는 시장경쟁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 방송시장의 실질적인 구조개편을 가져올 단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행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지상파 방송광고에 대한 판매대행 독점체제에 대한 개선방안이 올해 안으로 확정되지 않으면 내년 방송광고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바코 조직을 개편한 공영 미디어렙을 두는 것에 대해 여야 간의 이견은 없지만 민영 미디어렙 사업자수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와 입장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5월 처음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지금까지 유일하게 1공영 다민영 체제를 주장했다. 방송·광고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방송광고시장에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한 의원이 주장한 1공영 다민영 체제를 살펴보면 공영 미디어렙이 KBS, EBS, 종교방송 등의 광고를 판매하고, 여러 민영 미디어렙이 SBS, MBC, 지역방송 등의 판매를 대행하는 구조다.

한 의원은 사업자수는 방통위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1공영 1민영 체제로는 방송광고 독점체제가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1공영 다민영 체제를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한 의원 이후 발의된 여야 법안은 지금까지 모두 1공영 1민영을 지지하고 있다. 방송광고 시장을 완전경쟁 체제에 노출시킬 경우, 방송사와 광고주간의 유착, 방송 상업주의화 심화, 광고 독과점 등 폐단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이유에서다.

종편채널의 성공적 안착을 지원하려는 여당이나 방송의 공영성과 매체 간 공정경쟁 환경에 초점을 맞춘 야당 모두 1공영 1민영 체제 공감하고 이 안에서 절충점을 찾으려는 복안으로 판단된다.

그런가 하면 1공영 1민영 체제는 공영·민영 영역에서 사실상 또 다른 독점체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1공영 1민영 체제를 가되 추후 사업자수를 확대하는 방식의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공영·민영방송 구분 없이 서로 교차 판매하도록 한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의 발의 예정안이 주목받고 있다.

1공영 1민영 미디어렙을 허용하되 미디어렙 간 서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의원 발의 법안의 주요 골자다. 이 이원 측은 1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빠르면 내주 중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면서 “큰 틀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세부 내용을 수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지난 9월 1공영 1민영 미디어렙 설립과 관련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고,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도 법령에는 다민영 체제를 명시했지만 한시적으로 1공영 1민영 제도를 도입해 제한적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민주당 전병헌 의원 역시 1공영 1민영 교차 경쟁이라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눈길을 끄는 미디어렙 개정안은 유일하게 1공영 다민영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과 정반대 의견을 주장한 같은 당 소속 진성호 의원의 개정안이다.

진 의원은 지난 3일, 1공영 1민영으로 운영, 미디어렙에 방송사의 지분 참여를 3년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미디어렙의 판매대행범위를 지상파 방송광고만 판매하도록 제한하되, 3년후 종편, 보도전문 PP, IPTV, DMB 등 뉴미디어의 광고 판매를 허용 △미디어렙 도입으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등의 최대한 지원조항 명시 △방송사는 3년간 지분참여를 금지시키고 방송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신문사 및 뉴스통신사는 10% 지분참여 허용 △방송통신위가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사의 방송광고판매대행을 한국방송광고대행공사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진 의원의 개정안이 발의되자 일각에서는 진 의원의 발의안은 지상파 방송 규제를 통한 종편특혜 법안이라고 지적했고, 조중동은 자연스럽게 진 의원의 법안을 가장 반기고 있다.

법안 내용 자체가 종편채널에 진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조중동의 이해를 전폭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 3년 동안 민영 미디어렙의 주식·지분 소유를 금지하면서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과 일간신문·뉴스통신사 등에 대해서는 10%까지 소유를 허용했으니 금상첨화다.

이와 관련 한선교 의원은 미디어렙의 방송사 지분 제한도를 51%, 정병국 의원은 30%, 이용경·김창수 의원은 각각 10%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사나 신문사가 미디어렙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분 제한의 주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민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SBS는 한 의원의 법안에 정력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한 의원의 법안대로라면 51% 지분을 소유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유료방송에 진출한 계열 PP와 인터넷 분야까지 포함하는 크로스미디어 판매도 열려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디어렙 개정안을 두고 여야는 물론 조중동과 SBS 등 현실에 직면한 기업들의 '동상이몽'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렙 개정안이 12월 국회에 상정하더라도 법안 통과와 시행령 개정, 사업자 선정 등의 일정 등을 감안하면 민영 미디어렙의 출현은 내년 3~4월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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