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작업 착수..내년 중순께 도입 전망
이해관계 첨예 `논란`.."지상파방송 끼워팔기 등 광고쏠림 막아야" 목소리

내년부터는 새로운 방송광고 판매체제가 시행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1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코바코)의 현행 방송광고 독점 판매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법 개정을 위해 이제 남은 시간은 50여일 뿐. 미디어법 논란으로 지난달말까지 공방을 벌이면서 시간이 촉박해졌다.

최근 국회는 의원들 대표발의를 통해 논의를 본격화 했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차질없는 제도시행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1공영 1민영` `1공영 다민영` 등 여러 대안들이 나와 논란이다. 방송·광고업계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합의도출이 쉽지 않을 분위기다.

특히 지상파방송이 시장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케이블TV 등의 계열사 PP(채널사용사업자) 광고를 끼워팔기를 할 경우 방송광고시장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11월중 국회 법안심사소위 논의가 진행되고 12월중 방송법개정안이 의결된다 하더라도, 방송법시행령 개정·미디어렙 사업자 선정 일정 등을 고려하면 민영 미디어렙 출현은 빨라야 내년 4월께나 될 전망이다. 민영 미디어렙 출범전까진 현행 코바코가 대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디어렙이란

미디어렙은 `Media Representative`의 약자로, 방송사의 위탁을 받아 광고를 유치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송광고 판매 대행사를 말한다. 유럽지역에서는 `미디어 세일즈 하우스(Media Sales House)`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바코가 유일한 미디어렙이다. 1980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이후 지금까지 코바코가 방송광고 판매를 독점해 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방송사와 광고주의 직접거래를 차단, 광고주에 의해 방송이 휘둘릴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5공화국 당시엔 광고를 통해 방송사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케이블방송의 경우 개별적으로 광고를 수주하지만, KBS·MBC·SBS 같은 지상파방송에 광고하려면 반드시 코바코를 거쳐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코바코에서 방송광고를 독점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어 2009년말까지 관련 법을 수정하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민영 미디어렙 설립논의가 본격화 됐다.

민영 미디어렙이 어떤 형식으로 생기느냐에 따라 방송광고 뿐만 아니라 국내 미디어 광고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 미디어렙의 업무영역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전체 미디어 광고시장에 변화가 생길 여지도 있다.

만약 지상파방송 이외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된다면 케이블방송 등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지는 매체 광고와 지상파방송 광고를 연계한 끼워팔기로, 미디어렙은 결국 `광고의 방송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강하다.

또 인기 콘텐트를 확보한 방송사도 시장논리에 의해 단가를 올릴 수도 있게 된다. 지역·종교방송의 수익에도 영향이 미친다. 그동안 코바코는 KBS·MBC·SBS에 광고할 때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에도 광고를 함께하도록 유도했고, 광고 단가의 인상도 통제해 왔다. 방송의 공익적 기능 차원에서다.

민영 미디어렙을 통한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시장논리에 따라 경영이 위태로운 방송사도 속출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여론의 독과점 우려도 나올 수 있다. 내년 상반기중 새롭게 선정될 종합편성채널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 현행 방송광고 주체간 거래관계 개념도. 삼성·LG 등 광고주는 제일기획과 같은 광고대행사를 통해 코바코와 광고계약을 하며, 코바코는 각 방송사의 광고판매를 대행한다.

◇쟁점① `경쟁구도`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서 첫번째 논란은 경쟁구도다.

공영방송사를 대신할 미디어렙과 나머지 민영방송사를 대신할 미디어렙을 몇개로 구성하느냐의 문제다. 미디어활성화를 담보하면서도 독과점을 방지할 수 있는 공·민영 미디어렙 구도의 황금비율을 결정하는 것.

현재 논의되는 안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한선교 의원(한나라당)이 구상중인 `1공영 다민영` 체제와 김창수(자유선진당)·진성호(한나라당)·이용경(창조한국당) 의원 등이 구상중인 `1공영 1민영` 체제다.

미디어렙을 신고·등록제로 바꿔 시장 진출입을 자유롭게 하자는 `완전경쟁체제`와 공·민영 구분없이 미디어렙을 허가·승인하자는 `자유다민영체제` 방안도 있지만, 이는 현실론에서 제외되고 있다.

우선, 1공영 다민영의 경우 공영 미디어렙이 KBS·EBS·종교방송을 담당하고, 민영 미디어렙이 MBC·SBS·지역방송의 광고판매를 담당하는 구조다. 이 경우 민영방송사는 민영 미디어렙을 1개씩 갖는 1사1렙 구조가 될 수 있다.

재원구조는 민영방송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정부가 대주주인 MBC의 경우 정체성을 어디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변수다. 현재 MBC 본사는 KBS·EBS를 담당할 공영 미디어렙 1개와 MBC를 담당하는 미디어렙·SBS를 담당하는 별도 미디어렙 구조를 희망하고 있다.

1공영 다민영의 경우 지상파방송으로 광고 쏠림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다. 종교·지역방송과 같은 취약매체의 존립이 위태로워 방송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 또 방송사가 광고영업을 위해 광고주에게 불리한 기사를 내보내지 않는 등 여론왜곡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나오는 대안이 `1공영 1민영`이다. 공영과 민영 미디어렙을 하나씩만 도입해 제도의 연착륙을 시도하자는 논리다. SBS와 지역민방을 민영 미디어렙으로 분리하고, KBS·EBS·MBC·종교방송을 공영 미디어렙이 담당하도록 하자는 것. 일각에선 소유의 주체에 따라서만 1공영 1민영으로 나누고, 방송사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자는 안도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경쟁을 도입하라는 헌재의 판결 취지나 사업자수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 WTO 규정을 감안하면, 법령에서 1공영 1민영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소지를 안고 있다는 입장이다.

◇쟁점② `소유구조`

두번째 쟁점은 민영 미디어렙에 지분을 참여할 수 있는 상한선을 어떻게 결정할지 여부다. 미디어렙은 지분투자에 따라 광고대행 수수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서, 방송사 뿐만 아니라 신문사·대기업들도 관심이다.

지분 구도에 따라선 지상파방송으로의 광고쏠림 현상이나 종편사업에 진출하려는 신문사 이익증대도 가능해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다.

우선, 1인 지분한도 규제에선 51%·30% 상한선 등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다.

예를들어 ▲미디어렙의 방송사 지분참여를 30%로 낮출 경우, 나머지는 오히려 광고주인 대기업들이 참여해 방송사가 광고주에 휘둘릴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경영권을 가질 수 있는 51%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지상파 주도의 미디어렙을 견제하기 위해선 지분율을 30%로 제한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지상파의 광고 독주를 우려하는 신문협회는 지상파방송의 미디어렙 지분 참여를 엄격히 제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정집단의 지분한도 규제에서도 김창수 의원은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일간신문·뉴스통신사는 1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해 특정 기업이 미디어렙 소유와 경영을 지배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경 의원도 지상파방송사·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신문사의 지분참여는 10%로 제한, 이해당사자간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라는 밝혔다.

진성호 의원은 방송사는 3년간 지분참여를 금지하는 반면 신문사·뉴스통신사는 10% 지분참여를 허용토록 하자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방송광고시장에서 지상파의 기득권을 제한하는 대신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하려는 신문사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제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쟁점③ `업무영역`

업무영역 제한도 광고 수익을 누가 더 얼마만큼 가져갈 수 있을지 좌우할 변수다.

지상파방송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신문협회 및 케이블방송 업계들은 매체 균형 발전을 위해 지상파방송 미디어렙은 지상파방송 광고만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코바코는 지상파방송사의 방송광고만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지상파방송 이외의 영역에서도 광고판매가 허용되면 지상파방송의 장악력이 확대된다는 우려감에서다. 특히 중소PP의 경우, 지상파방송과 지상파방송 계열PP로의 광고 집중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내년에 새로 생길 종합편성채널의 영역은 어떻게 할지도 관심이다.

이용경 의원은 지상파방송 광고뿐만 아니라 새로 등장할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광고 판매대행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고시장 공정경쟁을 위해 미디어렙은 보도기능이 있는 매체에 대해 광고대행을 해야 한다는 것.

김창수·진성호 의원도 이미 지상파방송에 이어 종편·보도전문채널도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판매하도록 하는 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재 보도전문채널 사업자인 YTN과 MBN은 현행 방송법에 따라 직접 광고영업을 하고 있으며, 종편 진출을 계획중인 조선·중앙·동아일보도 직접 광고영업을 원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쟁점④ `취약매체 지원방안`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선 여야 의원을 불문하고 민영미디어렙 도입시 지상파방송 독과점 현상이 심화되고, 이에따른 지역방송·종교방송·케이블방송 등 취약매체의 광고매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성호 의원은 "자칫 제2의, 제3의 미디어렙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여론다양성이 무너진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선교 의원도 "지역민방·종교방송 등에 미칠 영향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고, 변재일 의원은 "지역방송·종교방송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훈석 의원은 "민영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지역·종교방송은 광고판매가 줄어들어 생존의 위기에 놓인다"면서 "지역방송이 고사되면 지역이익은 누가 대변하는가"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이 같은 우려감에 대해 동의하고 심도있는 대책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이용경 의원은 방송광고 위탁물의 15%를 의무적으로 연계판매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영 미디어렙은 방송시장의 지각변동을 초래하는 만큼, 경쟁체제를 도입하더라도 방송의 다양성과 지역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창수 의원도 공영 미디어렙이 지역·종교방송의 광고를 대행하도록 하는 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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